부동산 시장에서 ‘공실률 0%’라는 표현은 마치 황금빛 보증수표처럼 여겨진다. 실제로 투자자들 사이에선 공실 없는 건물이라면 곧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해주는 자산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는 숫자가 말하는 것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인기 상권, 풀 임대 상태라는 겉모습 아래 감춰진 리스크들을 간과하면, 높은 수익률은커녕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다.
공실률 0%의 착시 효과
부동산 투자 광고나 중개사 설명에서 ‘현재 전 층 임대 완료’, ‘공실 전무’ 등의 문구는 투자자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이러한 문구는 때때로 착시 효과를 유발한다. 예를 들어, 임차계약이 ‘단기 계약’이거나, 전세 보증금으로만 채워진 경우, 혹은 3개월 무료 임대 조건을 걸고 임차인을 맞이한 경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실제로는 임대수익이 제대로 발생하지 않거나, 임차인의 이탈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일 수 있다. 즉, 현재 공실이 없다는 사실과 지속가능한 임대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공실률보다 중요한 ‘임차인 구성’
공실률이 낮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업종, 어떤 사업자가 입주해 있느냐이다. 동일한 건물이라도 커피전문점, 프랜차이즈, 개인 미용실, 피트니스 등 업종 구성이 다양하다면 분산 리스크가 가능하지만, 하나의 업종이나 브랜드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라면 이는 오히려 리스크를 증폭시킬 수 있다.
예컨대, 특정 브랜드 카페가 3개 층을 모두 사용하는 구조라면, 해당 브랜드의 사업 상태가 건물 전체 수익성과 직결된다. 혹시라도 그 브랜드가 철수하거나 본사 사정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되면 단번에 공실률이 70%로 바뀌는 리스크도 있다.
단기 특수 vs 장기 안정성
상권에도 ‘반짝 특수’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대형 병원 개원, 학교 이전, 유명 프랜차이즈 입점 등은 단기적으로 유동 인구를 늘리고 상권을 활성화시킨다. 이 시기에 입주한 임차인들이 많을수록 단기 공실률은 낮게 유지된다.
하지만 이런 특수는 언제든지 끝날 수 있다. 병원이 이전하거나, 학교가 졸업생 중심으로 줄어들면 수요는 빠르게 줄고 임차인도 떠난다. 중요한 건 상권의 장기적인 유지 가능성이다. 임대료가 급등한 지역은 오히려 임차인 교체율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중장기 공실이 반복되기도 한다.
명도 비용과 이면계약의 함정
일부 건물주는 공실률을 낮추기 위해 임차인과 비공식적인 조건을 계약하기도 한다. ‘3개월 무상임대’나 ‘보증금 없이 월세만’ 같은 파격 조건을 걸면 공실은 금세 채워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조건은 정식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제 투자자가 인수할 땐 이면계약의 내용을 알 수 없다.
이 경우 건물 인수 후 임차인이 조기 퇴거하거나, 계약 조건과 다른 요구를 할 가능성도 생긴다. 명도 협상 시에도 수천만 원의 추가 비용이 들 수 있다. 겉보기엔 ‘공실 없음’이지만, 실제로는 계약구조 자체가 임시방편으로 짜인 경우가 많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수익률 착시를 피하는 방법
이러한 리스크를 피하려면 ‘현재의 상태’를 과신하기보다는, 다음과 같은 점검이 필요하다:
- 임대차계약서 열람: 임차인의 업종, 계약기간, 특약사항, 퇴거 이력 확인
- 상권 흐름 분석: 3년 내 업종 변화, 주변 시설 개발 여부, 교통 개선 프로젝트 등
- 임차인 리스크 점검: 매출 기반 임대인지, 고정 임대료인지 확인
- 관리비 구조 분석: 임대료 외에 부대 수익이 있는지(광고, 주차장 등)
- 향후 공실 리스크 시뮬레이션: 특정 층 공실 발생 시 수익 변화 계산
이런 다각적 분석이야말로 ‘공실률 0%’라는 숫자에 현혹되지 않고, 진짜 안정적 자산인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
겉모습에 속지 말고 구조를 보라
상업용 부동산은 숫자만으로 판단하면 실패하기 쉽다. 공실이 없다는 것은 투자에 있어 하나의 ‘상징적인 지표’일 수 있지만, 본질적인 리스크 분석 없이 결정을 내리면 오히려 손해를 입게 된다. 숫자보다 구조, 상태보다 흐름을 보는 눈이 상업용 부동산의 핵심 역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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